■ 출판사 리뷰



여는 글






어울은 별이다
홀로 반짝이지 않고
밤새 손 맞잡고 깔깔대며
어둠을 무섭지 않게 하는 은하수이다

어울은 시계이다
멀리 떨어져 있다가
1년 열두 번 지나치지만
하루를 분 초 삼아
동서남북 동그랗게 동인 카페 둘러앉아
초침으로 소곤대는 벽시계이다

어울은 자갈밭이다
모난 글 뾰족한 글 뭉툭한 글 거친 글
물로 쓰다듬고 품에 보듬어
맨들 하게 윤기 내는 자갈들의 詩냇물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의 물 맷돌이다

어울은 안마의자이다
살다 보면 생기는
멍든 곳 아린 곳 쑤신 곳 뭉친 곳
모두 주물러 피 돌게 하는
엉덩이 뻘겋게 지져대며 수다 떨어대는
글쟁이들의 사랑방이다

어울은 물방울이다
칼바람 허리를 잘라내도
천둥 번개 고막을 찢어대도
천 길 낭떠러지 팔다리 찢어대도
가슴은 동글동글 토해내는 詩 꽃이다

어울문학동인 회장 박기을

손가락 한 마디

정유진


어머니 잘 지내시는지요
지금 밖에는 소나기 쏟아지는 소리가 요란하네요
저는 김치찌개 밥, 콩나물국, 생선조림
1년 전에도 먹었던 반찬들로 식탁을 차립니다
오늘도 밥그릇의 밥풀을 떼고 국그릇의 기름기도 닦고 있어요
어제 씻어 건조한 그릇과 냄비를 또 닦고 있어요

어느 날엔가 장롱 한 짝을 버린 적 있지요
오래 신은 신발 한 짝보다 가벼웠습니다
비어 있는 곳은 또 다른 옷과 짐들로 채워지겠지요
빈 곳은 채워지는데
저는 매번 빠져나가 빈 것으로 남았습니다
바짝 들이밀어 깎은 손톱 둘레를 핏빛 봉숭아 잎으로 물들였습니다
손가락 한 마디가 진한 붉은 색으로 물들었습니다

■ 작가소개

지은이 : 어울문학동인

■ 목 차

04 여는 글 박기을

9 정유진
손가락 한 마디│25시의 고양이들│집으로 가는길│커피는 진하다│ 사춘기

17 임경순
시계가 날 때리기 시작해요│178│돌탑│실로넨│책식주의

27 전은희
벽│노동자│분갈이│목련 │빨강 구두

35 박기을
믿음│정맥으로 살기│물따라기│정서진에서│맹꽁꽁맹

43 김미옥
쓸쓸한 뉘앙스│축일│돌체 다방│구월동 첫눈│카사블랑카

55 박영옥
해별달 사과 따기 체험농장│해 지는 쪽으로 바람 부는 쪽으로 새들 날아가는 쪽으로│안녕이라고 말한다│오른쪽 혹은 왼쪽│무제

67 김민채
3월│꽃멍│앵두나무 집│발랑리를 달리고 있어요│잠실

77 장원준
내 친구│기형도 문학관에서│이제는│시간│포켓몬

[동시]
85 신현창
변종 코로나19│왜│재미있는 뉴스│바라│호박│쓰레기장 옆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