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리뷰
■ 회장 인사말

이른 추석 명절을 지난지도 한참 되었는데
한여름 같은 더위가 목을 타고 흘러내리더니
오늘 새벽녘 조금은 먼
여행길에 오른듯하다

탈후반기 동인 제31집 원고를 정리하며
지난여름 경남 진주 초전동의 산책길에서
박일중 시인의 전화를 받고

해마다 겪는 짜릿한 고통에
다시금 용기와 기쁨을 맛보았던
그 순간을 떠올려본다

타인의 고민을 어떻게 알아차리고
먼저 사랑과 배려의 전파를 보내는 것인가
외로운 시인에게 동인이란 참으로 소중한 것이구나!
다시 감사하며 고개를 숙인다

우리의 스승이신 故 김경린 시인께서
신시학회 세미나를 개최할 때면
언제나 詩作도 활발하게 하며 탈후반기 출판기념회에도
늘 참석하시는 이명우 시인이 이번 문집부터
우리와 합류해주셔서 더욱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크게 담소하며 포옹할 날 기다리며
문효치, 민용태, 이길원 고문님들과
그리고 탈후반기 동인들의
건강과 문운을 기원하면서

2022년 9월 어느 날
영등포에서
탈후반기 동인회장 이행자

**동백꽃


누구를 위해
이 가지 끝에 매달려 있어야만 하는가

누구를 향해
이 한자리에서 웃고 있어야만 하는가

하늘이 저렇게 넓고 푸르러
날고 싶은데,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데

처마 밑에 매달려 있는 풍경은
마음대로 울기나 하지
나는 울고 싶어도 요렇게 웃어야만 하는가

마침내 웃을 힘마저 사그러지면
함묵으로 그냥 떨어져야 할 뿐
떨어져서도 웃는 척하고 있어야 할 뿐

**가을 시


가을 시를 쓰는
내 손가락을 본다. 마른 가지 손가락이
컴퓨터를 맡고, 나는 그저 나무 위에
올라앉은 가을. 서글프리만큼 고운
초승달을 본다, 그믐달
닮은 초승달은
현기증 나게 아름다운
소녀의 속눈썹

내 시는 다 잃고 우는, 웃는
산골짜기 물소리

■ 작가소개

지은이 : 탈후반기 동인

■ 목 차

회장 인사말

김경린
12 기다림 때문에

문효치
17 동백꽃
18 黑梅論

민용태
21 수초낚시
22 가을 시

권희경
25 리본
26 봄바람
28 봄비
30 정신병원
32 이별

김영자
35 포구
36 꿈꾸는 세탁소
38 대장장이 여자
40 제빙기
41 꽃의 이유

박일중
45 어느 영화제목처럼
48 마른장마같이
50 꿈꾸는 바닥이다
52 젖은 낙엽이 되겠다고
53 일기

박향숙
57 고해
58 대신 쓰는 사표
60 용유도 앞바다
62 그대는 누구
63 별

이계설
67 대선 그 후
68 어둠이 걷히다
70 5월의 시
72 어떤 사진
74 폐지처분

이명우
79 산골풍경 1,354
80 산골풍경 1,355
81 산골풍경 1,356
82 산골풍경 1,357
83 산골풍경 1,358

이서연
87 제부도 바닷길 2
88 불청객
90 걷는 비둘기
91 모래성
92 장맛비

이은숙
95 가을 덩시렁
96 리필 되는 시간
97 연가
98 잃어버린 무지개
100 팬터마임

이행자
105 부부 1
106 부부 2
108 부부 3
110 부산 송도에서
112 슬프도록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