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소개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들이 환경시집을 낸다. 여기 실린 시들은 모두 ‘영주신문’에 환경에서 특집으로 등재한 시편들을 모아 묶은 것이다. 시에 있어서 미사여구나 이미지 문학성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오늘의 지구가 당면한 환경의 참혹함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자연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힘을 모았다.
■ 출판사 리뷰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들이 환경시집을 낸다/ 여기 실린 시들은 모두 ‘영주신문’에 환경에서 특집으로 등재한/ 시편들을 모아 묶은 것이다.// 시에 있어서 미사여구나 이미지 문학성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오늘의 지구가 당면한 환경의 참혹함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자연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힘을 모았다.// 너무나 반듯한 외형을 가지고 기형적인 삶을 사는/ 남루하고 덧없는 물질만능 시대의 요구로부터는/ 빗나간 생각이고/ 무용한 것이 시이지만/ 무용한 것을 유용하게 창조하는 것이/ 시인이 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한다.//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들은 아파서 신음하는 지구의 소리를 번역하고자 투신한 시인들이다.// 지구나무가 무성해져/ 푸른숨소리 바람에 실려 세상을 파랗게 물들이고/ 인간이 푸른 향기에 마음껏 헤엄칠 수 있는/ 그날까지/ 쓰고 또 쓸 것이다. (이서빈)


어려운데 써 달라고 1백 원 5백 원짜리 전달한 취약계층 울컥 독거노인/ 행정복지센터 찾아와 1백만 원 내놓으며 이름 밝히지 않은 무명울컥/ 꼭 필요한 곳에 쓰이길 바란다며 곰팡이 핀 지폐를 내놓은 폐지 줍는 굽은등울컥/ 바자회 열어 수익금 1백 59만 원 전한 울컥고등학생/ 개인 병원 문 닫고 코로나 치료를 위해 대구로 달려가는 울컥의료진/ 이 위기 잘 넘기자고 각 체인점에 힘 한 가마니씩 지원해 주는 프랜차이즈 울컥사장/ 임대료 면제해 주는 울컥주/ 위험 무릅쓰고 밤낮 코로나 환자들 돌보는 울컥의사 울컥간호사/ 함께 울컥, 눈물을 제조해// 가나다라마바사/ 가나다라마바사/ 슬픔 찢고 나온 푸른휘파람/ 울컥나라 국기에 울컥울컥 희망을 펄럭이고 있네
함께, 울컥 부분


히말라야 산맥 키워낸 네팔
식수원이었던 청정 바그마티강도 키웠다
사람 죄 씻어주던 강
문명발달의 끊임없는 시간 흐름 속에
쓰레기 반란 시작된다

밥해 먹고 빨래하던 맑은 강 쓰레기 매립장 되어
진액 뽑아낸 매실 같이 쪼그라들고 오염되어
폐기종 걸린 환자되어 숨 헐떡인다

천국으로 직행하는 승차권 얻으려
강가서 화장해 극락왕생 빌며
수많은 시신 화장해 강물에 버리고
‘아스뚜’를 섬기던 시간의 축적에
화장하고 남은 재와 남은 물품 무덤에 강 죽어간다

네팔 사람들 벌금 두려워 싱가포르 가서는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않고
처벌이 죽어있는 네팔에 오면 공항에서부터 쓰레기 버린다
강 아프다고 소리쳐도 듣지 못한다
쓰레기의 60~70%만이 매립장으로 가고 나머지는 강에 버린다
버려지는 쓰레기 쓰레기길 만든다

자신들이 버린 쓰레기 자신에게 몰려온다는 진리 어디서 잠자는가

바그마티강물 다시 식수원으로 살아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그들의 눈물은 말한다, 신이 그들을 버렸다고
이진진, 바그마티강 암에 걸리다 전문


위기에 빠진 북극곰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해빙
북극곰이 곰곰곰 하얗게 운다

점점 더워지고
삶의 터전 붕괴
석유 천연가스 탐사 유해 화학 물질
북극 온도 올리고
인구증가 지구온난화 부추긴다
포유류 멸종해가고 동식물 죽어가는 기후변화

대기오염 심해지고 환경 무너지자
하늘로 이주한 곰들
큰곰 작은곰 모두 북두성 북극성에 자리잡고
인간들이 잠든 밤에 놀러나온다

하늘로 올라간 곰 쓸개 발바닥
인간들은 쌍불 켜고
하늘까지 곰 사냥 떠날까
최이근, 하늘로 간 북극곰 전문


언제부턴가 장점마을엔
장례를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한 집 건너 한 집 암환자가 발생했다

비료공장 악취 오염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지 17년
환경부는 화학공장 집단 암발병 인과관계 인정

비료공장은 담배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연초막을 이용해 유기질 비료 생산했다
제1군 발암물질 발생
퇴비에만 사용할 수 있는 연초막 유기질을 비료 생산에 사용했다
장점마을 주민 88명 중
18명이 암으로 숨졌고 12명이 투병 중이다
집단 암발병 마을 되었다

생명보다 돈이 소중한
화학공장 사장도 폐암으로 숨졌다
오폐수 정화시설 공기오염 방지시설도 마을을 지켜주지 못했다

해바라기꽃 필 무렵 장점마을*은 단점마을이 되고 말았다
*장점마을은 전북 익산시 함라면 신등리에 있음.
권택용, 해바라기꽃 필 무렵 전문


어두운 강물에
달빛이 목욕 중이다

신(神) 대합실
안대 쓴 부엉이신
채소영안실 지키는 냉장고 신
아귀 웃음 펄럭이는 비닐 신
앙큼 야비 코로나 신
시끌벅적 떠들어 대네

피켓 들고 시위하는 생태 신
강 살려내라!
숲 살려내라!
지구 살려내라!
글빛나, 신(神) 대합실 전문


발전소가 멈추었다
비바람 수증기를 만들어내는 숲발전소 주식회사
살아있는 것들의 숨을 만들던
주식회사 숲발전소는 지구에서 가장 의로운 회사
그 회사가 부도를 맞았다
숲발전소에 빌붙어 먹고 살던 생명체들
아무도 회사를 살릴 생각 않는다
거래처인 콩고숲도 부도위기를 맞고
숨을 할딱인다
연이은 거래처인 숲들 모두 하나 둘 망하고
회사가 도산위기에 처하자
전 인류의 목숨도 위험에 처했다

모래 온도는
거북의 성별을 장난질친다
부도는 바람을 부채질하고
열 오른 태양
후후후 푸푸푸 펄펄 지구를 끓인다

파리 오줌 같은 사슬에 걸려
한반도로 밀려온 밍크고래 생이 다 부서지고 깨졌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숨통을 끓어라
自然이自然으로 무릎 꿇는 날 우리 지구별은 사라질 것이다

밍크고래 마지막 말이 쓸쓸 망망대해를 출렁이는
서천 하늘이 붉다 안태희, 숲 발전소 부분
■ 작가소개

지은이 :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이서빈 외
『함께, 울컥』은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들이 『영주신문』에 ‘환경시 특집’으로 발표한 ‘환경시집’이며, 이서빈, 이진진, 글보라, 김정오, 장정희, 정구민, 최이근, 고윤옥, 권택용, 우재호, 이정화, 글빛나, 김일순, 이옥, 안태회 등, 열다섯 명이 그 회원들이라고 할 수가 있다. 열다섯 명의 시인들이 앓고 있는 지구의 말을 번역한 것이고, 지구의 신음을 찍어 한 자, 한 자 시집으로 엮어낸 것이다. 지구는 한 번도 인간을 헤친 적 없고, 인간은 한 번도 지구를 떠나서 산 적 없다. “동물의 숨소리 식물의 숨소리가/ 봄을 뚫고 튀어나와/ 싱싱해지는 그날까지/ 우리는/ 생태계를 새파랗게 키워낼 것이다.” E-mail: happyjy8901@hanmail.net

■ 목 차

차례

머릿말 5

1부

이서빈
함께, 울컥 12
지렁이 하혈하는 밤 14
어쩌다, 라쿤 16
시감상|황윤현 18

이진진
속도의 집 25
바그마티강 암에 걸리다 26
미나리 28
시감상|이서빈 30

글보라
나비바람 34
꽃기린 처방전 35
황사의 자장가 36
시감상|이서빈 37

2부

김정오
물의 노래 44
시간의 숲 46
사랑을 할 때는 47
시감상|이서빈 48

장정희
무성한 하루 53
희망꽃 54
울산바위 품 55
시감상|이서빈 56

정구민
북극곰 60
나무역 62
당부 64
시감상|이서빈 65

최이근
하늘로 간 북극곰 69
알약 70
영혼과 영혼 사이 내리는 비 72
시감상|이서빈 74

3부

고윤옥
파란 깨달음 80
푸른빗소리 82
현기증 84
시감상|이서빈 86

권택용
슬픔이 곰삭다 90
해바라기꽃 필 무렵 91
해충害蟲과 비유比喩 92
시감상|이서빈 93

우재호
손이 부끄러운 날 97
상 처 98
공공의 적 100
시감상|이서빈 102

이정화
특별한 만남 106
팽귄나라 108
두려움 109
시감상|이서빈 111

4부

글빛나
신神 대합실 118
하루 119
돼지의 말씀 120
시감상|이서빈 121

김일순
두 살배기 여행 125
꿈속에서 126
엄니의 유산 127
시감상|이서빈 129

이 옥
양떼울음 듣는 밤 133
회계보고서 134
괜찮을까요? 136
시감상|이서빈 138

안태희
숲 발전소 142
제비의 눈물 144
코끼리 1 146
시감상|이서빈 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