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소개
2015년 결성된 대구와 인근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동시 동인인 '동시다발'의 첫 번째 동시 모음집이다. 총 4부로 꾸며진 <구름버스 타기>에는 48편의 시가 실려 있다.
■ 출판사 리뷰
2015년 결성된 대구와 인근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동시 동인인 '동시다발'의 첫 번째 동시 모음집입니다. 그동안 동시 이야기 모임을 가지면서 때론, 치열하게 때론, 어린이의 마음으로 장난치며 웃고 울고 떠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3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농담처럼 흰머리 몇 가닥이 웃자라 있었습니다. 우리끼리 노는 것도 좋지만 마음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더 재미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작지만 표식 하나 남기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부디 여기 함께 모여 즐거우시기를 감히 빌어봅니다.

총 4부로 꾸며진 『구름버스 타기』 제1부 첫 번째 줄에는 김성민과 백민주가 제2부 둘째 줄에서는 박승우와 추필숙이, 제3부 세 번째 줄에는 권영욱과 임창아가 마지막 네 번째 줄에는 손인선과 홍희숙이 짝지어 앉아 재잘거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떠나는 구름버스 동시 여행은 곱게 여리게 시작됩니다. 표지 그림이 보여주고 있듯이 여린 푸른 하늘에 떠가는 뭉게구름처럼 말이지요.

1
춥다, 형

이왕 나온 거 어쩔 수 없잖아?

그냥 필까, 형?

그래 피자, 펴

2
벚꽃 형제입니다

「꽃샘추위」 김성민, 전문

성질 급한 벚꽃 형제입니다. 봄이 온 줄 알고 너무 일찍 나온 벚꽃 형이랑 동생이 바들바들 떨면서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피고 보니 너무 추운 거예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왕 핀 거 활짝 피자고 마음먹습니다. 성질은 급했지만 씩씩한 형제입니다.

맛이 없어도 맛있게 드세요.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

보잘것없어도 예쁘게 봐 주세요.

이상하게 들리지만
이상하게 따뜻한 말

이상한 우리말에
더 이상한 대답

맛있네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네요.

「이상한 우리말」 백민주, 전문

정말 이상한 말이죠? 맛없어도 맛있게 먹으라니요? 차린 게 없는데 어떻게 먹죠?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이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더 그득해진다는 점. 점수는 좀 낮지만 시험 잘 쳤네, 잘 했어, 이런 말도 들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요. 하하하

●1번
집→학교→학원1→학원2→학원3→학원4→집

●2번
집→학교→놀이터→PC방→떡볶이집→영화관→집

오늘은 2번을 타겠습니다.
2번을 타본 적은 별로 없지만, 뭐 별일이야 있을라고요.

「노선도」 박승우, 전문

무한 반복하는 뫼비우스의 띠도 아니고 집에서 시작해서 학교 학원을 거쳐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생각만으로도 답답해집니다. 조금 삐뚤삐뚤, 딴눈도 가끔 팔면서 가는 길은 얼마나 더 재밌고 신나게요? 오늘 하루는 2번 노선을 모른 척 타도록 합시다, 모두들.

열 살 기념 전시회를 열겠어요
제목은 추현우전
날짜는 8월 23일
장소는 우리 집, 전체관람가죠
입장료는 무료
촬영도 가능해요
풍선이나 솜사탕은 들고 와도 돼요
거실엔 악보와 인생 사진전
베란다엔 태권도 띠와 바둑돌전
큰방에는 책과 그림전
내 방에는 퍼즐과 레고와 로봇전
부엌에선 완두콩 케이크와 미역전
화장실에선 비누 거품 쇼를 하겠어요

첫 번째 초대장
받아주실 거죠?

「열 살이 되면」 추필숙, 전문

열 살 기념 전시회를 열겠다니요? 그만큼 어린이들도 사는 게 녹녹치 않다는 말로 들리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환갑잔치도 잘 안 하잖아요? 근데 열 살 잔치를 열겠다니 참으로 당돌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초대장만 보내준다면 단숨에 달려가 왕창 축하를 해주겠습니다.

엄마 돼지
젖 물고 있는
새끼돼지처럼

큰 아빠네
작은 아빠네
우리 식구 휴대폰

줄줄이
콘센트 젖줄 물고
고픈 배를 채운다

시골 할머니 집
젖 물릴수록
배는 더 부르다

「설날 풍경」 권영욱, 전문

설날 풍경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설날이나 추석 연휴에는 여행 떠나려는 사람들로 공항이 엄청나게 붐빈다고 합니다. 고향 집에 모인 친척들의 모습에서 시인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의 모습을 돼지에 비유해서 보여줍니다. 설날에는 전화기 대신 그립던 얼굴들 많이 마주보자는 외침 같습니다.

누가 건들기만 하면
한 대 때리고
서너 대 얻어맞고 싶어

코피 안 나는데
괜히 코 문지르고
씩씩거리고 싶어

땀 뻘뻘,
눈물 찔끔,
매운 떡볶이가 유난히 생각나는 날 있잖아

이렇게
아무 일 없어도 되는 거야

「이런 날 있잖아」 임창아, 전문

속이 부글부글 끓고 독이 바짝 오른 날 고슴도치처럼 바늘을 잔뜩 세우지만...괜히 서럽고 외로운 날이 있죠. 무슨 속상한 일이 있었을까요? 가만히 귀 기울여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만 곁에 있어도 얼마나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다들 알고 계시지요?

집을 지었어요
바람도 잘 통하고
서늘하고 좋아요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
빈손으로 오셔도 됩니다
언제든 반깁니다

단, 안전은 보장 못 해요

「거미의 초대장」 손인선, 전문

이런 엉큼한 거미 같으니라고... 거미는 전망 좋은 곳에다 집을 마련해 놓고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거미 양심은 있어요. 마지막에 살짝 귀띔을 해주네요. 이래가지고 먹고 살 수 있을까요? 친구(?)들은 기꺼이 초대에 응해 줄까요?

이사를 가야 한 대요

지금 사는 곳보다
넓고 좋은 곳 이래요

비밀 얘기 나누는 상민이
좋아하는 지아와 헤어지게 되었어요

내게는
한동안 가장 좁은 곳이 될 것 같아요.

「전학」 홍희숙, 전문

전학은 아이 입장에서는 우주의 한 귀퉁이가 바뀌는 일만큼 커다란 변화일 수 있습니다. 집을 넓혀 가는 일은 기쁜 일이지만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헤어지게 되는 일은 아이에게 견디기 힘든 일일 수도 있지요. 넓은 집으로 이사 가지만 한동안 친구 생각에 많이 외로울 거 같습니다.

『구름버스 타기』 에는 48편의 시가 구름버스를 타고 있어요. 가끔 파란 하늘을 볼 때면 떠올려 주세요. 저기 뭉게구름에는 동시 몇 편이 타고 있을 거라고.
■ 작가소개

지은이 : 박승우
2007년 《매일신문》신춘문예로 등단. 푸른문학상, 오늘의동시문학상, 김장생문학상 대상 수상. 동시집 『백 점 맞은 연못』『생각하는 감자』『말 숙제 글 숙제』를 펴냄

지은이 : 추필숙
2002년 《아동문예》로 등단. 오늘의동시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수상. 동시집 『얘들아, 3초만 웃어봐』『새들도 번지점프 한다』 『일기장 유령』을 펴냄

지은이 : 홍희숙
2003년 《아동문예》로 등단. 동시집 『웃는 얼굴 좋아서』『콩, 불렸더니』를 펴냄

지은이 : 김성민
2011년 《대구문학》, 2012년 《창비어린이》로 등단. 동시집『브이를 찾습니다』를 펴냄

지은이 : 손인선
경북 포항에서 출생하여 계명대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2005년 『아동문학평론』에 동시가, 2005년 『월간문학』에 동화가 각각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펴낸 동시집으로는 『힘센 엄마』, 『민달팽이 편지』 외 함께 지은 동시집 『구름버스 타기』가 있습니다. 현재 다문화 가족신문에 ‘마음으로 읽는 시’를 소개하고 있으며 학이사에서 어린이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이 : 권영욱
2008 《펜문학》으로 등단. 2015 푸른문학상 수상. 동시집『웃음보 터진다』(공저)를 펴냄

지은이 : 백민주
2015년 《시와소금》으로 등단. 글벗문학상, 한국안데르센상 수상. 동시집『달 도둑놈』『첫눈에 대한 보고서』를 펴냄

지은이 : 임창아
2004년《아동문예》동시, 2009년《시인세계》시로 등단. 천강문학상 수상. 시집『즐거운 거짓말』을 펴냄

■ 목 차

머리말

제1부 이상한 우리말
-김성민
고양이 신발
오리털 파카
꽃샘추위
깍두기
액자는 왜 가끔 삐딱해질까
꽃씨 스무 봉지

-백민주
염소에게 물어봐요
질투
이상한 우리말
초승달이 들으면
보름달 조명
바퀴 가방

제 2부 구름버스 타기
-박승우
노선도
십분 동안 구름버스 타기
학교 놀이터에게
냉장고
모닥불
안전제일

-추필숙
열 살이 되면
내 나이 때
체크카드
철봉
기대해
꿈의 급수

제 3부 내가 그린 기린
-권영욱
누가 더좋아
어느 나라에서 왔니
갈등
코뚜레 없는 소
파도
설날 풍경

-임창아
대구하느님께
나랑 사귈래?
내가 그린 기린
이런 날 있잖아
일주일의 신호등
무임승차

제4부 할머니 보따리
-손인선
할머니 탐구생활

거미의 초대장
나팔꽃과 나
동글동글 수박
추풍령 고개

-홍희숙
전학
숨바꼭질
아이 같다
할머니 보따리
채소들의 패션쇼
종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