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미국 원주민 문학의 부흥기를 이끈 거장
N. 스콧 모머데이의 대표작 국내 완역본
전쟁의 참혹함, 문명화된 세상에서의 고립, 문화적 전통 등 친숙한 것들로부터의 괴리 사이에 놓인 한 인간이 자기치유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그린 소설로, 픽션 부문에서 1969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원주민들의 지식 습득 전통 방식인 구전을 통해 내려온 이야기들과 노랫말들, 역사적 사건들의 조각들이 카이오와족 시인이자 소설가인 모머데이만의 서정적 표현 방식과 그가 구축한 독특한 소설 형식 속에 조화롭게 녹아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운 한 편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식민사회 속에 살아가는 근대 원주민들의 모습과 그들이 지켜온 원주민적 감수성 및 세계관에 관한 이야기이자, 현재진행형인 고도의 문명 세상 앞에 놓인 우리 모두의 존엄, 인간성의 방향, 그리고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목차
서문
프롤로그
1 긴 머리칼―1945년, 왈라토와 샌디에이고 협곡
7월 20일
7월 21일
7월 24일
7월 25일
7월 28일
8월 1일
8월 2일
2 태양의 사제―1952년, 로스앤젤레스
1월 26일
1월 27일
3 밤 노래를 부르는 이―1952년, 로스앤젤레스
2월 20일
4 새벽에 달리는 사람―1952년, 왈라토와
2월 27일
2월 28일
옮긴이의 말
주석
출판사서평
2021년 미국시협회 프로스트 메달
2021년 『파리 리뷰』 하다다 어워드 수상
2018년 아니스필드-울프 평생공로상
2007년 국가예술훈장
1969년 픽션 부문 ‘퓰리처상’ 수상작
골짜기 사이로 강이 흐르고 조각보 같은 밭이 펼쳐진 아름다운 왈라토와 땅에 비참한 몰골을 한 젊은이 아벨이 도착한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 후 고향 땅에 돌아와 유일한 가족인 할아버지 집에 거주하며 공허한 눈빛으로 살아가던 아벨은 어느 날 술과 트라우마에 의한 환각에 빠져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7년이란 시간이 흘러 감옥에서 나와 대도시 로스앤젤레스의 인디언 재배치 기관에 맡겨져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하지만 산업화된 미국 현대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여명으로 빚은 집”이라고 불리는 자신의 원주민 세계 언저리를 계속 배회하는데…….
1969년 픽션 부문 퓰리처상을 거머쥔 이 소설은 전쟁의 참혹함, 문명화된 세상에서의 고립, 문화적 전통 등 친숙한 것들로부터의 괴리 사이에 놓인 한 인간이 자기치유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서정적이면서도 역동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원주민들의 지식 습득 전통 방식인 구전을 통해 내려온 이야기들과 노랫말들, 역사적 사건들의 조각들이 카이오와족 시인이자 소설가인 모머데이만의 서정적 표현 방식과 그가 구축한 독특한 소설 형식 속에 조화롭게 녹아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운 한 편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여명으로 빚은 집』은 식민사회 속에 살아가는 근대 원주민들의 모습과 그들이 지켜온 원주민적 감수성 및 세계관에 관한 이야기이자, 현재진행형인 고도의 문명 세상 앞에 놓인 우리 모두의 존엄, 인간성의 방향, 그리고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책속에서>
“그들은 온갖 박해를 견뎌내다 결국 어느 날 정신마저 꺾여버렸다. 그들은 절망감에 자신들을 내주었고, 그러다 처음 마주한 생경한 바람에 휘둘리고 말았다. 하지만 결국 그들을 무너뜨린 적군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역병이었다.”(39~40쪽)
“그것은 대지의 오른쪽 눈으로, 태양을 향해 열려 있었다. 그가 아는 한 이 계곡만이 하늘의 거대한 공간적 장엄함을 비춰낼 수 있었다. 그것은 거대하게 몰아치는 폭풍이 새까만 봉우리를 푹 파내 생겨난 우물 같았는데, 짙은 황갈빛과 푸른빛, 그리고 희뿌연 빛을 띠고 있었다. 분화구 건너의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고 믿기 힘들 정도로 넓게 트여 있었다. 과거에도 여러 번 와보았지만, 그때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광경은 늘 그를 작아지게 하고 숨을 고르게 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곳에서, 기묘하고 찬란한 빛이 온 세계를 뒤덮는 듯했고, 경치로 펼쳐진 모든 것들은 깨끗이 씻겨져 저 멀리 놓여 있는 듯했다. 아침 햇살을 받은 발레 그랑데는 구름의 그림자로 얼룩덜룩했으며 구르는 겨울 풀들로 생기가 넘쳤다. 구름은 늘 거대하게, 뚜렷한 윤곽으로 맑은 대기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골짜기가 위대한 것은 그 거대함 때문이었다.”(41~42쪽)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는 것. 완전무결한 것에서 무無를 본다는 것. 풍경 너머를, 모든 형태와 그림자와 색채 너머를 본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비실재를 보는 것일 터였다. 그것은 자유롭고, 완성되며, 완전하게, 영적인 것이었다.”(72~73쪽)
“그가 자신의 언어로 뭐라도 말할 수 있다면―하다못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인사말인 “어디 가십니까” 따위라도―그 소리에 불과한, 비가시적인 실체가 다시 한번 그를 온전하게 보이도록 해주었으리라. 그러나 그의 입은 닫혀 있었다. 벙어리가 된 것은 아니었으나―침묵은 여전히 좀 더 오래되고 만연한 전통이었다―모호하게 말했다.”(110쪽)
“제 할머니는 이야기꾼이셨고, 말을 다루는 법을 아셨습니다. 읽고 쓰는 법을 결코 배운 적이 없었어도 어쩐지 읽고 쓰기의 선善을 아셨고, 귀담아듣고 즐거워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말과 언어 안에서, 오직 그 안에서만 자신이 온전하고 완벽한 존재가 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할머니는 제게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이야기 듣는 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161쪽)
“그랬더니 그쪽에서 그 망할 놈의 총알이 팡, 팡, 피융, 피융, 팡. 맙소사, 재판장님. 오 주여!”(199쪽)
“거기 이 긴 머리가 냉정하고 멀쩡하게 앉아 있었고, 그 망할 판사 놈이 쳐다보고 있는데, 검사는 그 가엾고 타락한 인디언에게 뭔가를 알아듣게 얘기하려고 애쓰고 있었지. ‘그 얘기 좀 해주시죠. 똑바로 말씀해주시죠.’ ‘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렇게 된 거예요, 아시겠어요? 내가 그 모래밭에서 작은 뱀 한 마리를 토막 냈어요.’”(246~247쪽)
“그 순간이 지나고, 그다음 순간, 또 그다음 순간도. 그리고 그는 여전히 달리고 있었지. 소용돌이치는 안개 속을 달리는, 미동도 없는 그림자 같은 어두운 형체를 볼 수 있었지. 그리고 그는 그 그림자를 붙들었고 자신의 고통을 넘어 계속 달렸단다.”(334쪽)
“그는 홀로 달리고 있었다. 존재의 모든 것이 단지 달리는 그 행위 자체에만 몰입했다. 그는 통증을 신경 쓰는 경지를 넘어섰다. 완전한 탈진이 그를 사로잡았고, 마침내 그는 생각해야 할 필요도 없이 볼 수 있었다. 그는 협곡과 산맥을 볼 수 있었다. 비와 강과 저 멀리 들판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동틀 녘의 어두운 언덕들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달리고 있었고 차오르는 숨결 아래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무런 소리도, 목소리도 없었으며, 오로지 노랫말만 내뱉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노래를 시작하며 달리고 있었다.”(340쪽)
저자소개
저자 : N. 스콧 모머데이 Navarre Scott Momaday
카이오와족 출신 작가 N. 스콧 모머데이는 1934년 오클라호마주 로턴에서 태어나 나바호족, 샌 카를로스 아파치족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성장했다. 1967년 카이오와족 인디언 이야기 『타이메 여행』을 시작으로 『여명으로 빚은 집』, 『이름들』 등 회고록 및 소설을 썼고, 『다시 머나먼 아침』과 『앉은 곰의 죽음』 등을 비롯한 많은 시집을 냈다. 시인이자 소설가, 화가, 교수, 이야기꾼으로서 N. 스콧 모머데이가 문학과 학문, 예술 부문에서 성취한 업적은 그를 미국 문학계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특히 조상인 인디언 세계와 현대 미국문명 사이를 방황하는 참전 인디언의 좌절을 그린 『여명으로 빚은 집』으로 1969년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이 소설은 풍부한 상상력과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미국인의 삶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작품으로 꼽힌다. 이 외에도 수많은 작품과 활동으로 문학계와 원주민 구전문화 계승에 미친 평생의 공을 인정받아 2007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국가예술 훈장을 받았고, 2021년 미국시협회가 수여한 프로스트 메달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역자 : 이윤정
경희대학교와 폴란드 바르샤바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 들어가 곧바로 출판 번역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 『헤엄치는 인류』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번역가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번역가가 되고 싶어: 읽고 옮기며 자리잡고 있습니다』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