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상 시인은 이번에 펴낸 두 번째 시집을 통해 ‘열심히 달려온 인생길에서 / 쉼표를 장식한 여행에서 / 세파를 넘어 온 세월을 되돌아보며 / 고향에 대한 그리움 / 농부 아들로서의 향수 / 부모님과 형제의 겨운 사랑 / 토닥이며 쌓은 우정’의 편린들을 일곱 그릇에 나누어 담아 놓았다. 시인은 각 그릇마다 각기 다른 향기를 가진 감미로움으로 채워져, 누구나 편안히 쉬어 갈 수 있는 향기 가득한 그릇이 되었으면 하고 기도한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누리고 싶어한다. 그러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길을 간명하게 안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도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아 끝없이 고뇌했으니 평범한 보통사람이 그 문으로 들어가고자 무한 갈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지사일 터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인간은 선을 목적으로 행위하는 존재인 만큼 그 선이 또 다른 높은 선을 계속 추구하면 마침내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최고선’, 즉 행복에 도달하게 된다. 그래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통해 “행복은 모든 것 중 가장 바람직한 것이며, 여러 선들 중에서 최고의 선이다. 따라서 행복은 모든 행동의 궁극적 목적이며, 행복은 덕에 따르는 영혼의 활동”이라고 했다.
부유, 명예, 쾌락 등이 행복이 아님은 말할 나위도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것들은 일시적이고 불완전하므로 진정한 행복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행복을 ‘지적인 덕’에 따르는 영혼의 활동으로 보아 교육을 중시했지만, 품성적인 덕은 주로 습관에 의해 길러진다고 보았다. 즉 ‘선 의지’가 있어야 중용 상태를 지켜 덕을 실천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은 관념적이기 때문에 어렵고, 가슴에 실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 문제를 문학으로 형상화해서 감동으로 우리에게 전해주는 시인이 있다. 그가 정기상 시인이다. 미리보기, 상세 이미지, 책속으로 등은 그 점에 대해 충분한 증명이 될 것이다.
〈삶이 허기질 때〉
삶이 허기질 땐
파란하늘 흰구름 위에
내 마음을 띄워 보자
삶이 허기질 땐
소꿉동무 불러내어
굴렁쇠를 굴려 보자
삶이 허기질 땐
등껍질 벗어두고
행복했던 시간을 쫓아가 보자
삶이 허기질 땐
재래시장 골목길을
저물도록 서성거려 보자
허기진 삶이
한바탕 웃음으로 채워질 테니
〈기대고 싶은 날〉
뭉개지던 일과가 가지런히 정리된 금요일 오후
따스한 햇살 창가에 내려앉을 무렵
내 마음을 열어놓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날
바다의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평온 속에
험상궂은 파도가 일듯
평온한 내 작은 가슴 속에
폭풍이 일고 소나기도 내린다
사랑의 그림자 아니라도
따뜻한 마음이 그리워지는 날
멈춘 듯 구름이 함께 흘러가듯
바라보기만 해도 힘이 되는
따뜻한 웃음이 생각날 때
건너편에서 달음박질 해 오는
환한 미소에 편안히 내 작은 몸
기대고 싶은 날

제 1부 떠나는 인생길
고행 / 인생 조련사 / 행복한 사람 / 잊히니 고맙다 / 더 좋은 날 / 이 세상 여행(하략)
제 2부 여행은 즐거워
마고촌 도예전 / 한라산 배낭 등정 / 거제도 포로수용소 / 두브로브니크 전망대(하략)
제 3부 세월과 마주 앉아
칠월의 첫 토요일 아침 / 행복은 카멜레온 / 내가 만드는 하루 / 세월이 흐른다(하략)
제 4부 그리운 고향
봄이 오는 길목 / 느티나무 / 마음의 고향 / 소먹이기 / 워낭소리 / 비 오는 날(하략)
제 5부 흙냄새 풀냄새
겨울 산아 / 까치집 / 꿈틀거리는 산 / 벚꽃 자동차 / 뭉게구름 타고 오는 가을(하략)
제 6부 포근한 보금자리
그리움 / 맘 아픈 한 해 / 어머니 마음 / 가족 / 혼자는 외로워 / 위험한 만남(하략)
제 7부 친구야, 고마워
기대고 싶은 날 / 그리운 자리 / 삶이 허기질 때 / 막걸리 한 잔 하고 싶다(하략)
[해설] 우주와 물아일체를 이룬 행복한 시인 ‧ 정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