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리뷰
너머

나는 늘 너머를 꿈꾼다
어깨 너머에서
산 고개 너머
아득한 지평선 너머에서
저 푸른 수평선 너머로

태초에 마고할매가
조물 조오물,
정성껏 빚어 만든
인간들의 이야기가 너머에서
하나씩 튀어나오고

물의 나라
불의 나라
바람의 나라를 지나
영원히 지지 않는
너와 나 우리들의 나라
그곳에 닿는 날까지

꿈꿀 것이다
너머의 너머를
너머의 너머마다
너머를 딛고
너머를 넘어설,

자운암

스님은
봄꽃 맞이 출타 중
목어는 하늘 울리고
풍경소리 헤엄치는데

청태 걸친 석불님
조올고 계시다
푸드덕 산새소리에
솔방울이 덜렁

노을

오빠야 노을 진다
어린 시절
뒷동산에서 풀 먹이던 소,
고삐 풀려
옆 집 감자밭을 먹어 치웠지

놀라서 달아나던
쇠뿔에 받혀
멍든 내 가슴처럼
하늘은
시뻘겋게 달아올랐지

오빠야 노을 진다
소 눈 안에 갇힌
노을 빼러 가자
고삐 풀린
소 잡으러가자

우리는 아직도
잃어버린 소를 찾아 헤매고
쇠뿔에 박힌 내 마음
저리도 서럽게
타오르는 걸

■ 작가소개

저자 : 정정희
경북 안동 출생 / 시인, 서예가 / 2015년 문학저널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 시작 / 한국문인협회 정회원 / 도서출판 글결 운영

■ 목 차

제1부
너머 014
낙동강 016
만장봉 018
폭설1 019
폭설2 021
못다 읽은 편지 022
도다리 023
배롱꽃 024
남도생선구이 집 026
당고개 027
자운암 029
버스를 기다리며 030
단풍 032
한 끼 밥 033
노을 034
섬처녀 036
동태전 038
먹을 갈며 039
그렇구나 040

제2부
바람 부는 어느 날 변두리에서 042
추석날 044
사람만 모른다 046
꽃무릇 048
누름돌 050
봄밤 052
도봉로 053
창 두드리는 소리 054
꺼지지 않는 등불 055
바람 056
나의 이력서 057
원도봉 058
지구별꽃 059
달의 얼굴도장 060
단 한번이라도 061
달거리 062
시를 쓴다 063
연화세계 꿈꾸는 정봉숙화가 (전시장을 다녀와서) 065
겨울산 066
노가리 눈깔 067

제3부
푸른 갈기 휘날리는 바람의 등허리를 올라타고 070
소나무 키우는 아낙네 되어 071
방광이 터지도록 072
큰 산 하나 넘었더니 074
다시 부르는 노래 075
함박눈 076
구름보 터뜨리고 077
흔들린다 078
꽃길을 걷다 080
낙타는 어제가 없다 081
별밤 083
해수관세음 084
봄비 086
얼음꽃 087
본능적으로 088
달팽이 090
너, 세월에게 091
강물이 되어 092
구절초 093
배추꽃, 지금 094
오르기 힘든 산 096

제4부
늦가을 연밭 098
망월사 099
소나무 그리는 여자 100
능소화 꽃길 102
들불 103
바람도 무릎을 접는다 104
풍경소리 106
산막이 옛길 107
천상병 시인의 숲 108
어쩜 너그러운 나에게 109
참, 이쁘다 111
핑계 112
머루 눈 113
좋겠수, 젊어서 115
연등 116
담하에서 노을을 빚다 118

추천사 / 김용원 120
해설 / 정성수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