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코로나 시대, 변화된 노동환경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노동시들

코로나19의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고용 조건이 불안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자체도 갖기 어렵다. 임경묵 시인이 「기타 노동자」에서 알렸듯이 콜트콜텍에서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 127명은 2007년 정리해고된 뒤 아직도 기타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모습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는 곧 정규직 노동자의 문제이다. 사용주는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정규직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는 결국 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라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어느덧 우리 사회의 노동자는 이전 시대와는 전면적으로 다른 환경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말미암아 노동자는 고용 자체가 어렵고, 고용된 노동자도 해고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자신이 언젠가는 해고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노동자들도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 그에 따라 노동자들은 새로운 세계 인식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 이전으로 인류의 역사를 되돌릴 수 없기에 노동자에게 유리한 세상이 도래하기는 어렵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주도하는 컴퓨터가 작업장에 계속 들어서고 있기에 노동자의 해고를 막을 수 없다. 노동자들은 컴퓨터가 요구하는 기대치를 감당할 수 없다. 교육 수준이 높고, 고급 기능이 있고, 경험이 많은 노동자도 “당신, 창의력이 너무 늙었어!”(공광규, 「몸관악기」)라는 평가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우려했듯이 컴퓨터의 기술이 인간의 정신 자체까지 대체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따라서 노동자는 정치적 인식을 가지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가 개별적으로 사용주와 계약할 때 임금, 노동 시간, 근무 환경, 복지, 산업재해 등의 사항에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노동자들의 정치 행동은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 요구된다. 노동자의 노동 환경은 정치 환경과 깊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상황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삶은 힘들지만, 시인들의 노동시를 읽으며 그 동참을 기대한다.
- 맹문재(문학평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