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수많은 사람들이 빚(부채) 문제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세상에 빚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빚이 없는 세상은 그야말로 유토피아다. 현실의 세계에서는 결코 그럴 수 없다. 빚은 인류의 생활과 경제활동에 있어 불가피하다. 그럼 이 빚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어야 할 것인가?
통념적인 생각과 달리 빚은 화폐경제가 시작된 이후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빚은 인류가 발명한 생산물의 교환과 화폐경제가 등장하기 이전에 벌써 존재했다. 초기 인류의 역사에서 빚은 일종의 ‘선물’과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공동체를 존속시키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지원과 나눔의 성격을 지닌 것이었다.
하지만 근대 이후, 특히 벤덤과 로크 같은 철학자에 의해, 그리고 경제학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빚에서 ‘가치’와 ‘도덕’을 제거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빚은 도덕중립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이제 빚은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해 반드시 갚아야 할 부채 혹은 의무로 굳어졌다. 반면 채권자 입장에서 빚은 반드시 돌려받아야 할, 그리고 돌려받기 위해 일체의 수단을 강구할 수 있는 권리로 둔갑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감사의 글
서론

1장 도덕과 관련이 없는(amoral) 부채의 역사와 유형
2장 신자유주의 금융화와 정당한 부채 개념
3장 갚을 수 없는 부채와 부도 윤리 및 파산 윤리
4장 이슬람 금융 윤리와 지대 소득자 부채 경제에 대한 반대 논거
5장 유대교의 희년 윤리와 채무 면제 문제
6장 기독교와 미덕 부채 윤리

맺는말
참고문헌

출판사서평

수많은 사람들이 빚(부채) 문제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세상에 빚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빚이 없는 세상은 그야말로 유토피아다. 현실의 세계에서는 결코 그럴 수 없다. 빚은 인류의 생활과 경제활동에 있어 불가피하다. 그럼 이 빚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어야 할 것인가?
통념적인 생각과 달리 빚은 화폐경제가 시작된 이후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빚은 인류가 발명한 생산물의 교환과 화폐경제가 등장하기 이전에 벌써 존재했다. 초기 인류의 역사에서 빚은 일종의 ‘선물’과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공동체를 존속시키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지원과 나눔의 성격을 지닌 것이었다. 하지만 근대 이후, 특히 벤덤과 로크 같은 철학자에 의해, 그리고 경제학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빚에서 ‘가치’와 ‘도덕’을 제거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빚은 도덕중립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이제 빚은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해 반드시 갚아야 할 부채 혹은 의무로 굳어졌다. 반면 채권자 입장에서 빚은 반드시 돌려받아야 할, 그리고 돌려받기 위해 일체의 수단을 강구할 수 있는 권리로 둔갑했다.
20세기 후반 인류의 경제지형도를 뒤바꾼 신자유주의의 등장은 빚 문제를 더욱 복잡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변질시켰다. 내로라하는 천재들이 국제적 규모의 금융기관에 취업하여 고난이도의 수학 방정식을 사용하여 개발한 금융기법들은 이제 채무자들을 헤어나올 수 없는 빚의 수렁에 던져 넣었다. 개인이 제 아무리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도 국가적 단위에서 진행되는 약탈적 금융기법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단 한 순간에 무너뜨리며, 이런 상황에 처한 개인에게는 희생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더욱이 제1세계가 전지구적 범위에서 자행하는 경제적 수탈에 의해 제3세계 사람들의 삶의 질은 물론이거니와 생태계자체가 극도로 파괴되는 일까지 벌어진다. 이로써 현대 사회에서 빚은 사람들의 삶을 해체하고 목숨을 앗아가며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가장 무시무시한 살상 무기에 다름 아니다.
특별히 한국사회가 직면한 빚 문제는 여간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특정 계층, 특정 세대가 부동산과 금융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경제적 안전망의 밖에 위치한 숱한 청년들과 서민들이 빚 문제로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으며 여기에 일본의 야쿠자 자금 등이 고리의 대출을 통해 채무자들의 목을 더욱 옥죄고 있는 형국이다. 기실 한국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자살 문제도 결코 빚 문제와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양자는 긴밀히 연동되어 있다.
신학과 윤리학을 전공하고 현재 미국의 대학에서 가르치는 저자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접어들어 더욱 악화된 빚 문제 해결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경제학, 인류학, 철학, 신학, 종교학, 윤리학 등 다방면에 걸친 학제간 연구를 통해 이 문제를 통전적으로 추적해 들어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류역사를 통틀어 빚 문제가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지, 그것의 폐해가 무엇인지를 구체적 사례와 통계를 들어가며 설명한 후에, 빚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소위 아브라함 종교라 불리는 이슬람, 유대교, 기독교 전통에 내재한 원리들을 살펴본다. 구체적으로 이슬람에서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손실분에 대해 공동의 책임을 나눠지는 원리를, 유대교에서는 희년의 원리를, 기독교에서는 은혜의 원리를 발견함으로써, 결국 빚이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해 무제한의 권리를 행사하는 착취와 억압의 기제가 아닌, 채권자와 채무자가 지속가능한 사회 건설 및 채무자의 재기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부담을 함께 나눠서 지는 공감적 윤리를 제안한다. 그것은 선물의 경제학을 가능케 하는, 빚의 은혜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한국의 독자들은 이 책에서 분석 및 제안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사회가 떠안고 있는 빚 문제의 심각성을 다각도로 성찰해 볼 수 있을 것이며, 또 이의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정책 입안과 실천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한국인 윤리학자에 의해 쓰인, 빚 문제에 대한 포괄적 학제간 연구로서 앞으로 이 분야를 연구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Ilsup Ahn
미국 노스파크 대학교의 Carl I. Lindberg 철학교수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사회 및 종교 윤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Position and Responsibility?(2009),?Religious Ethics and Migration: Doing Justice to Undocumented Workers?(2013),?Asian American Christian Ethics: Voices, Issues, and Methods?(2015, 공저) 등이 있다.

역자 노동래
서울대학교 공법학과와 KAIST 테크노 경영대학원 금융공학 MBA 과정을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윤리/준법, 리스크 관리 분야 번역 및 강연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동양증권 준법감시인/CRO, 녹색기후기금(GCF) 리스크 매니저를 역임했고 현재는 프리랜서로 이 분야 번역과 강연 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비즈니스 윤리와 기속 가능 경영』『컴플라이언스』『전사리스크 관리』『뮤추얼 펀드 상식』(연암사) 등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최근에는 『최초의 7일』『그랜드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새물결플러스) 등 기독교 양서를 번역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